한중 fta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간의 fta를 체결하기 위한협상도 준비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한일 fta 협상은 중단되었지만 다시 재개할 수있고, 한중 fta는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데, 왜 한중일 fta를 추진하는가?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같은 나라와 중복으로 fta를 체결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역내 국가간 fta 체결이 활발하지 않은 동북아시아

전 세계에는 335건의 지역무역협정(fta 포함)이 발효 중입니다. 사실 이 숫자는 wto 회원국들이 사무국에 통보한 건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또, 협상 중이거나 협상을 준비 중인 것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전 세계의 크고 작은 나라들이 fta를 체결하고 있는 셈인데요. 유독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fta가 다른 곳의 얘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만해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fta가 체결되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중국과 대만이 ecfa라는 fta를 체결해서 유일하다고 불리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대만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설명이 틀리다는 주장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만은 wto의 정식 회원이면서도 홍콩과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경제규모, 무역과 투자관계를 보면 fta를 체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만, 역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겠죠. 하지만 이것이 과거의 일이라면, 최근에 와서는 중국의 급성장으로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fta에 대한 찬반이 동시에 있는 상황입니다. 또, 일본과는 매우 큰 규모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선뜻 fta에 나설 마음이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 체결이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분석이 있었기에 아직 fta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일 fta는 중단된 협상을 다시 재개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 협의가 진행 중이구요. 한중 fta는 3차 협상까지 마쳤습니다.

필요에 의해 다른 내용의 fta를 체결할 수도

오늘은 어느 fta가 더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자는 얘기를 드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같은 나라의 여러 건의 fta를 하느냐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한중 fta와 한중일 fta가 체결되었다고 가정을 해보면, 과연 그 두 fta의 내용이 똑같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시작되 되지 않은 협상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만, 그래도 내용이 100% 일치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됩니다. 한중 fta는 두 나라만 참가하지만 한중일 fta에는 세 나라가 참가하기 때문에, 같은 분야라 할지라도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a, b, c 세 나라 fta를 맺으려고 하는데, a국과 b국은 모두 매우 높은 위생검역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면 이 분야에서 큰 이견이 없고 양국간의 fta에서는 높은 수준의 의무를 포함할 수 있지만, c가 다소 낮은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면 이 분야는 협상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질 것입니다. 또, 요새는 fta의 범위가 wto 보다 넓어서 환경, 노동과 같인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 노동은 단지 예일 뿐이며, 양자간 fta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분야가 세 나라가 함께 하는 fta에서는 다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싱가포르 fta 체결 후 asean과 체결,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도 협상 중

우리와 싱가포르간에는 3월부터 fta가 발효a가 발효 중입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asean의 회원국이죠. 한싱가포르 fta가 발효되기 전 이미 asean과의 fta 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상품무역 분야에 대해서는 6월에,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5월에, 마지막으로 투자 분야에 대해 9월에 각각 fta가 발효되었습니다. 한중 fta가 한싱가포르 fta라면, 한중일 fta는 한asean fta와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asean 회원국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과는 추가로 양자 fta를 맺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와는 cepa라는 이름으로 지난 7월에 첫 협상을 가졌구요. 베트남과는 이번 소식이 나가는 9월 3일과 4일에 첫 협상이 열립니다. 또다른 asean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와도 별도의 fta 체결을 준비 중입니다.

한 국가와 복수의 협정을 체결하면 무엇이 적용될지 헷갈릴 수도 있을텐데요. fta 같은 조약의 적용에 대해서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규정을 따르게 됩니다. 비엔나협약 30조에서는 우선 조약 자체에 우선 관계에 관한 명시적으로 규정했다면 거기에 따르고, 신조약과 구조약의 당사자가 동일하다면 신법 우선의 원칙을 따르고, 신조약과 구조약의 당사자가 일부 다르면 구조약만의 당사자 사이에는 구조약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한중 fta가 먼저 체결되고 한중일 fta가 나중에 체결된다면, 가장 먼저 이 협정에서 각 fta가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은 같은 내용에 대해서 두 협정이 달리 규정할 경우, 어떤 협정이 우선한다는 규정을 두게 됩니다. 만약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한중간에는 한중 fta가 적용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